제목 | 청혼 |
저자 | 배명훈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일 | 2024. 4. 25. |
페이지 수 | 164쪽 |
사이즈 | 122✕188 |
도서 형태 | 양장 |
ISBN | 979-11-6405-245-5 03810 |
분야 | 한국소설 | 과학소설(SF) |
정가 | 15,000원 |
#우주활극 #우주전쟁 #사랑 #연애편지 #장거리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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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11년 만에 돌아온 배명훈의 스페이스 오페라 『청혼』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재출간을 요청해왔던 소설
배명훈 작가의 『청혼』이 출간 11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 작업을 거쳐 복간되었다. 지구에서 180시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군 복무 중인 ‘나’가 지구에 사는 연인에게 보내는 열두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청혼』은 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킨 아름답고 애틋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첫 발표 당시 짜임새 있는 전술과 생생한 전투 묘사가 자아내는 박진감,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천체물리학과 군사학 등의 전문 지식, 서정성이 돋보이는 사랑 감정의 서술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조탁하고 묘사와 표현을 시대감각에 발맞추어 수정했다. 이렇게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한 『청혼』은 거대한 우주 공간과 우주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은 배명훈 작가가 그동안 검토하고 변주하고 발전시켜온 ‘공간의 거대함과 극복하기 어려운 시차의 문제’를 처음 다룬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 다시 『청혼』을 읽는 일은 배명훈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질문과 주제의식의 출발점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구에서 180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아득한 우주 공간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외계 함대와 치르는 소리 없는 전쟁
그리고 멀리 지구에 있는 ‘너’를 사랑하는 일
우주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키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청혼』은 목성 근처 소행성대에서 궤도연합군 작전 장교로 복무 중인 우주 출신 ‘나’가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너’는 빛의 속도로 17분 44초 떨어진 거리에서 ‘장거리 연애’ 중이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지구까지 170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 ‘나’를 만나기 위해 180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날아온다. ‘나’는 지구의 중력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지구로 가게 될 날을 막연히 그려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곳 우주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끝나야 한다.
‘나’가 복무 중인 우주 함대에는 사연이 있다. 오래전 지구에서는 옛 예언서에 적힌 대로 외계 함대가 공격해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함대를 건설해 목성 근처에 파견했는데, 의심했던 목소리들도 잠시, 건설 30년 뒤에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예언서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궤도연합군을 공격해온 적의 정체는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구에서는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의심해 감찰군을 파견하고, 사사건건 감시하고 통제하는 감찰군으로 인해 누가 진짜 적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사이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대를 정비하는 동안 휴가를 받은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170시간을 날아 지구로 가지만 떨어져 있던 거리만큼 뭔가 서먹해진 관계 속에서 ‘너’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180시간을 날아 귀환한다. 귀환한 뒤 우주에서는 몇 차례 전투가 벌어지는데 적은 마치 시간을 건너오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공격하고 사라지곤 한다. ‘나’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적의 존재, 그리고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전쟁의 형세는 점점 복잡해지는데…… 전쟁이 끝나는 때는 언제일까.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은 진짜 반란군일까. ‘나’는 데 나다 장군이 이끄는 궤도연합군에 남을 것인가, 감찰군 편에 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만나러 다시 지구로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일
이 소설에는 보통 사람들의 경험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우주를 감각하는 사람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존재와 존재가 만나 갈등하고 이해하는 감정의 역동을 보여준다. 특히 정체불명의 적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주 한복판에서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구 측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의 고뇌와 갈등은 시공간의 제약 속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범한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무중력 상태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우주 출신 ‘나’가 지구의 중력을 당연하게 느끼며 살아온 ‘너’와 대화하며 어긋나는 장면에서도 차이와 오해의 장벽은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해받지 못한 말은 외로움으로 돌아오고, 거대한 우주 한가운데에서는 그 마음이 더욱 쓸쓸하다. 시간과 공간이 무한히 팽창된 우주 속에서 ‘나’와 ‘너’의 존재뿐만 아니라 ‘우리’의 외로움과 사랑, ‘응답의 문제’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더 아프고 절실해진다. 작가가 저 먼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놓은 이유일 것이다.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깊숙한 시선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우주 공간의 거대함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생생한 묘사다. ‘나’는 ‘너’에게 우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넓고 아득한지,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 조난당해 있는 듯한 기분이 어떤지 이야기하고, 대기가 없기 때문에 소리 하나 없이 생과 사가 갈리는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아름답지만 차마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광경을 눈앞에 그리듯 묘사한다. 천체물리학, 군사학 등 배명훈 작가가 꾸준히 탐독해온 지식들이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쳐주어 우주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살아난다.
‘청혼’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불러일으켜지는 사랑과 낭만에 대한 기대감은 우주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그 공간을 활용하는 전략 등 우주 공간에 대한 상상력과 맞물리며 더욱 증폭된다. 이런 배경과 사건의 독특한 맞물림이 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은 사랑의 관계를 사람과 사람으로부터 집단과 집단으로 확장시키는 대범하고 깊이 있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그렇게 시간과 공간, 세계와 존재, 사랑과 오해 등에 대해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이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주와 인간, 사랑과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다.
◎ 책 속으로
이제 너도 알지? 여기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에서는 위아래 방향 구분이 전혀 없거든. 우주는 어느 방향으로든 다 똑같이 고르게 퍼져 있으니까. 엄연히 그게 진실이지만, 지구인들이 어렸을 때 꿈꾸던 그 우주는 아니잖아. 그래서 이 배를 그렇게 디자인했나 봐. 한눈에 봐도 위아래가 분명하게. 위아래라니, 지구인들은 참! (9쪽)
우주에 나오면 위아래 방향이 없어져서 생기는 우주 멀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던 너의 말이 떠올라. 예전에도 다른 사람들한테서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너도 역시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아, 너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 같은 우주에 갇혀 사는데도 우리는 전혀 다른 우주에서 사는 것만 같구나, 하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 (13~14쪽)
나는 지구가 좋았어. 적응하기는 어려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지구에 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여기에서 늘 그랬듯 무심코 두 팔로 침대를 밀어서 방 가운데로 떠오르려고 버둥거리고 있었을 때, 살짝 눈을 뜨고 피식 웃던 네 얼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라. 쏟아지던 햇살. 아니, 쏟아져 내린 건 비였던가. 아름다운 너의 등이 어제오늘 사이에만 수십 번이나 떠올랐어. (15~16쪽)
궤도연합군 사령부의 공식 입장은 싸움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거래.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거면 왜 한 세대 전에 끝내지 않았을까. 왜 UES는 지표면연합이라는 정치기구에 머무르지 못하고 굳이 궤도연합군처럼 억지스러운 합동 군사 기구를 만들어야 했을까. 역시 이런 공간에서의 싸움은 단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겪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싸움이니까. (18쪽)
저 외계 함대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정말로 차원의 문을 건너 날아오기라도 한 걸까. 요즘 들어, 오래전에 덮어버린 예언서를 주섬주섬 꺼내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이해가 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잔뜩 일어나고 있으니까. (19쪽)
단순히 광기만은 아니었을 거야. 그러고도 정권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지도력과 통찰력이 분명히 개입되어 있었겠지. 무려 30년이야. 마침내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모두가 거짓말이라고 결론 내린 예언서의 내용이 전부 지연된 진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걸린 시간이. UES 안에 예언서보다 더 믿을 만한 예언자라도 있었던 걸까?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믿어. (21쪽)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사랑한다는 너의 말에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그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또다시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히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갑갑함이야. (35~36쪽)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일이 늘 조난당한 기분인 이유는 주위의 빈 공간에 비해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작기 때문이야. 지구 크기의 공간에 우주선 딱 두세 대니까. 행성 크기의 공간에,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세상 전부일 수도 있을 만큼 거대한 공간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것. 그래, 그건 조난이야. 무언가에 깊숙이 잠겨버리고 만다는 뜻이지. 어둡고 고요하며 거대하고도 막막한 무언가에. / 그게 뭔지는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워. 그건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니까.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 (58~59쪽)
빛의 속도로 30초라니. 그게 얼마나 먼 거리인지 실감이 나니? 그 거리의 장벽이 너무 두껍게 느껴져서 때로 우리는 수심 수백 미터의 물속에 침잠해 있는 난파선에 갇혀 있는 것처럼 난감하고 갑갑한 기분에 빠지기도 해. 아무것으로도 채워져 있지 않아서 더없이 투명해 보이지만, 수조에 담긴 물이 사물의 형태를 왜곡하듯, 그 너머에 있는 사건과 존재의 진실을 빠짐없이 왜곡하는 두껍고 탄탄한 무의 장벽. 그 뒤에서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거야. 30광초보다 훨씬 두꺼운 시공간의 장벽을 뚫고 우주 저편에서부터 우리를 찾아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을. / 그리고 아무리 두꺼운 장벽도 단숨에 뚫어버리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루시퍼 입자를! (60~61쪽)
교전이 끝날 때까지 나는 전장 외부를 비추는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서 있었어. 수천 개의 빛줄기가 쏟아져가고 또 쏟아져오고. 문득 비 내리는 서울 거리를 5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던 때가 떠오르더라. 너의 곁에서 말이야. /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어.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었던가. 번쩍번쩍, 그 거대한 시공간의 장벽을 가로지르며 온 우주를 다 밝힐 듯 요란하게 반짝이는 우주의 빗줄기. 버글러 기동 중인 아군 함선들. 루시퍼 입자에 이끌려 아마도 연옥 입자를 짙게 흩뿌리며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 양쪽 함선들이 내뿜는 마지막 불꽃. 이걸 너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우주 어디에서도 다시는 이런 광경이 펼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옳은 걸까. 그야말로 잔혹하도록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빛을 나르는 악마들의 무도회처럼. (64~65쪽)
우리는 소행성 하나를 부숴서 파편을 퍼뜨려놓기로 했어. 목성 공전궤도 뒤쪽, 목성과 태양의 인력이 거의 똑같은 크기로 작용하는 다섯 개의 지점, 그중에서도 제일 안정적인 두 지점 중 하나였지. 거기에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거든. 난파된 배들의 무덤처럼 말이야. (83쪽)
그들은 늘 그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냈어. 맨 처음 발견된 순간부터 결코 느리다고는 할 수 없는 아군 함대의 이동속도와 거의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였지. 게다가 사실상 같은 궤도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똑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중이었고 말이야. 지구식으로 말하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뚝 떨어지는 순간에 이미 최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고나 할까. / 어떻게 그 정도로 정확하게 우리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걸까? 내통하는 사람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들이 출현 방식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이유였던 걸까? (90쪽)
너는 모르겠지. 그런 건 없다고 말할지도 몰라. 하지만 함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지구 출신과 나 같은 우주 태생 사이에 가로놓인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수도 없이 봐왔어. 그건 말이야, 사소해 보여서 더 본질적인 그런 차이야. 그만큼 각자의 삶에 밀착돼 있지. 은연중에 튀어나오고, 충돌이 생길 때마다 상대가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그 무언가.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지, 지구에 애인을 둔 수많은 우주 태생 동료가 똑같은 고충을 이야기해. 우리끼리 모여서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진짜로 지구 출신과는 다른 인류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어. (115~116쪽)
곧 궤도연합군 조사단이 여기로 올 거야. 아니, 조사단이 아니라 조사군이라더군. 그리고 진실이 아닌 진실 하나를 만들어낼 거야. 반란군 사령관 데 나다에 관한 이야기. 그래도 너만은 끝까지 나를 믿어줘야 해.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든 말이야. (149쪽)
반드시 돌아올 거야. 이상하지? 나 같은 우주 태생이 어딘가로 돌아올 생각을 하다니. / 이제 나도 고향이 생겼어. 네가 있는 그곳에. 고마워. 그리고 안녕. /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153~154쪽)
◎ 차례
청혼
작가의 말
◎ 지은이
배명훈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미래과거시제』 『화성과 나』, 장편소설 『신의 궤도 1, 2』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썼다. 2010년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제목 | 청혼 |
저자 | 배명훈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일 | 2024. 4. 25. |
페이지 수 | 164쪽 |
사이즈 | 122✕188 |
도서 형태 | 양장 |
ISBN | 979-11-6405-245-5 03810 |
분야 | 한국소설 | 과학소설(SF) |
정가 | 15,000원 |
#우주활극 #우주전쟁 #사랑 #연애편지 #장거리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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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고마워. 그리고 안녕.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11년 만에 돌아온 배명훈의 스페이스 오페라 『청혼』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재출간을 요청해왔던 소설
배명훈 작가의 『청혼』이 출간 11년 만에 전면적인 개정 작업을 거쳐 복간되었다. 지구에서 180시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군 복무 중인 ‘나’가 지구에 사는 연인에게 보내는 열두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청혼』은 아득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리 없는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킨 아름답고 애틋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첫 발표 당시 짜임새 있는 전술과 생생한 전투 묘사가 자아내는 박진감,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천체물리학과 군사학 등의 전문 지식, 서정성이 돋보이는 사랑 감정의 서술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조탁하고 묘사와 표현을 시대감각에 발맞추어 수정했다. 이렇게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한 『청혼』은 거대한 우주 공간과 우주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은 배명훈 작가가 그동안 검토하고 변주하고 발전시켜온 ‘공간의 거대함과 극복하기 어려운 시차의 문제’를 처음 다룬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 다시 『청혼』을 읽는 일은 배명훈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질문과 주제의식의 출발점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구에서 180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아득한 우주 공간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외계 함대와 치르는 소리 없는 전쟁
그리고 멀리 지구에 있는 ‘너’를 사랑하는 일
우주 전쟁과 로맨스를 교차시키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청혼』은 목성 근처 소행성대에서 궤도연합군 작전 장교로 복무 중인 우주 출신 ‘나’가 지구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너’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너’는 빛의 속도로 17분 44초 떨어진 거리에서 ‘장거리 연애’ 중이다.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지구까지 170시간이 걸리는 긴 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너’도 ‘나’를 만나기 위해 180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날아온다. ‘나’는 지구의 중력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언젠가 지구로 가게 될 날을 막연히 그려본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곳 우주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끝나야 한다.
‘나’가 복무 중인 우주 함대에는 사연이 있다. 오래전 지구에서는 옛 예언서에 적힌 대로 외계 함대가 공격해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함대를 건설해 목성 근처에 파견했는데, 의심했던 목소리들도 잠시, 건설 30년 뒤에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예언서 내용대로 현실이 흘러가기 시작한다. 궤도연합군을 공격해온 적의 정체는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지구에서는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의심해 감찰군을 파견하고, 사사건건 감시하고 통제하는 감찰군으로 인해 누가 진짜 적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사이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대를 정비하는 동안 휴가를 받은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170시간을 날아 지구로 가지만 떨어져 있던 거리만큼 뭔가 서먹해진 관계 속에서 ‘너’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느끼며 다시 180시간을 날아 귀환한다. 귀환한 뒤 우주에서는 몇 차례 전투가 벌어지는데 적은 마치 시간을 건너오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공격하고 사라지곤 한다. ‘나’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적의 존재, 그리고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전쟁의 형세는 점점 복잡해지는데…… 전쟁이 끝나는 때는 언제일까.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은 진짜 반란군일까. ‘나’는 데 나다 장군이 이끄는 궤도연합군에 남을 것인가, 감찰군 편에 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만나러 다시 지구로 갈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일
이 소설에는 보통 사람들의 경험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우주를 감각하는 사람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존재와 존재가 만나 갈등하고 이해하는 감정의 역동을 보여준다. 특히 정체불명의 적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주 한복판에서 임무를 다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구 측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궤도연합군 사령관 데 나다 장군의 고뇌와 갈등은 시공간의 제약 속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범한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무중력 상태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우주 출신 ‘나’가 지구의 중력을 당연하게 느끼며 살아온 ‘너’와 대화하며 어긋나는 장면에서도 차이와 오해의 장벽은 생각보다 견고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해받지 못한 말은 외로움으로 돌아오고, 거대한 우주 한가운데에서는 그 마음이 더욱 쓸쓸하다. 시간과 공간이 무한히 팽창된 우주 속에서 ‘나’와 ‘너’의 존재뿐만 아니라 ‘우리’의 외로움과 사랑, ‘응답의 문제’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더 아프고 절실해진다. 작가가 저 먼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놓은 이유일 것이다.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깊숙한 시선만큼 눈길을 끄는 것은 우주 공간의 거대함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생생한 묘사다. ‘나’는 ‘너’에게 우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넓고 아득한지,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 조난당해 있는 듯한 기분이 어떤지 이야기하고, 대기가 없기 때문에 소리 하나 없이 생과 사가 갈리는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아름답지만 차마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광경을 눈앞에 그리듯 묘사한다. 천체물리학, 군사학 등 배명훈 작가가 꾸준히 탐독해온 지식들이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쳐주어 우주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살아난다.
‘청혼’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불러일으켜지는 사랑과 낭만에 대한 기대감은 우주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그 공간을 활용하는 전략 등 우주 공간에 대한 상상력과 맞물리며 더욱 증폭된다. 이런 배경과 사건의 독특한 맞물림이 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은 사랑의 관계를 사람과 사람으로부터 집단과 집단으로 확장시키는 대범하고 깊이 있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그렇게 시간과 공간, 세계와 존재, 사랑과 오해 등에 대해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이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주와 인간, 사랑과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다.
◎ 책 속으로
이제 너도 알지? 여기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에서는 위아래 방향 구분이 전혀 없거든. 우주는 어느 방향으로든 다 똑같이 고르게 퍼져 있으니까. 엄연히 그게 진실이지만, 지구인들이 어렸을 때 꿈꾸던 그 우주는 아니잖아. 그래서 이 배를 그렇게 디자인했나 봐. 한눈에 봐도 위아래가 분명하게. 위아래라니, 지구인들은 참! (9쪽)
우주에 나오면 위아래 방향이 없어져서 생기는 우주 멀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던 너의 말이 떠올라. 예전에도 다른 사람들한테서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때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었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너도 역시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남의 일 같지가 않아. 아, 너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 같은 우주에 갇혀 사는데도 우리는 전혀 다른 우주에서 사는 것만 같구나, 하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해. (13~14쪽)
나는 지구가 좋았어. 적응하기는 어려웠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지구에 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여기에서 늘 그랬듯 무심코 두 팔로 침대를 밀어서 방 가운데로 떠오르려고 버둥거리고 있었을 때, 살짝 눈을 뜨고 피식 웃던 네 얼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라. 쏟아지던 햇살. 아니, 쏟아져 내린 건 비였던가. 아름다운 너의 등이 어제오늘 사이에만 수십 번이나 떠올랐어. (15~16쪽)
궤도연합군 사령부의 공식 입장은 싸움을 오래 끌지 않겠다는 거래.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거면 왜 한 세대 전에 끝내지 않았을까. 왜 UES는 지표면연합이라는 정치기구에 머무르지 못하고 굳이 궤도연합군처럼 억지스러운 합동 군사 기구를 만들어야 했을까. 역시 이런 공간에서의 싸움은 단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겪어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싸움이니까. (18쪽)
저 외계 함대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걸까. 정말로 차원의 문을 건너 날아오기라도 한 걸까. 요즘 들어, 오래전에 덮어버린 예언서를 주섬주섬 꺼내 읽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이해가 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잔뜩 일어나고 있으니까. (19쪽)
단순히 광기만은 아니었을 거야. 그러고도 정권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지도력과 통찰력이 분명히 개입되어 있었겠지. 무려 30년이야. 마침내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모두가 거짓말이라고 결론 내린 예언서의 내용이 전부 지연된 진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걸린 시간이. UES 안에 예언서보다 더 믿을 만한 예언자라도 있었던 걸까?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믿어. (21쪽)
“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사랑한다는 너의 말에 단 한 순간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도 너에게 닿는 데 17분 44초가 걸리고 그 말에 대한 너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또다시 17분 44초가 더 걸리는 지금의 이 거리를 두고 내가 가장 숨 막히는 게 뭔지 아니? 그건 대답이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갑갑함이야. (35~36쪽)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일이 늘 조난당한 기분인 이유는 주위의 빈 공간에 비해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작기 때문이야. 지구 크기의 공간에 우주선 딱 두세 대니까. 행성 크기의 공간에,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세상 전부일 수도 있을 만큼 거대한 공간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것. 그래, 그건 조난이야. 무언가에 깊숙이 잠겨버리고 만다는 뜻이지. 어둡고 고요하며 거대하고도 막막한 무언가에. / 그게 뭔지는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워. 그건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니까.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 (58~59쪽)
빛의 속도로 30초라니. 그게 얼마나 먼 거리인지 실감이 나니? 그 거리의 장벽이 너무 두껍게 느껴져서 때로 우리는 수심 수백 미터의 물속에 침잠해 있는 난파선에 갇혀 있는 것처럼 난감하고 갑갑한 기분에 빠지기도 해. 아무것으로도 채워져 있지 않아서 더없이 투명해 보이지만, 수조에 담긴 물이 사물의 형태를 왜곡하듯, 그 너머에 있는 사건과 존재의 진실을 빠짐없이 왜곡하는 두껍고 탄탄한 무의 장벽. 그 뒤에서 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거야. 30광초보다 훨씬 두꺼운 시공간의 장벽을 뚫고 우주 저편에서부터 우리를 찾아 날아오는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을. / 그리고 아무리 두꺼운 장벽도 단숨에 뚫어버리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루시퍼 입자를! (60~61쪽)
교전이 끝날 때까지 나는 전장 외부를 비추는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서 있었어. 수천 개의 빛줄기가 쏟아져가고 또 쏟아져오고. 문득 비 내리는 서울 거리를 50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던 때가 떠오르더라. 너의 곁에서 말이야. /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어.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었던가. 번쩍번쩍, 그 거대한 시공간의 장벽을 가로지르며 온 우주를 다 밝힐 듯 요란하게 반짝이는 우주의 빗줄기. 버글러 기동 중인 아군 함선들. 루시퍼 입자에 이끌려 아마도 연옥 입자를 짙게 흩뿌리며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 양쪽 함선들이 내뿜는 마지막 불꽃. 이걸 너에게 꼭 한번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우주 어디에서도 다시는 이런 광경이 펼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야 옳은 걸까. 그야말로 잔혹하도록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빛을 나르는 악마들의 무도회처럼. (64~65쪽)
우리는 소행성 하나를 부숴서 파편을 퍼뜨려놓기로 했어. 목성 공전궤도 뒤쪽, 목성과 태양의 인력이 거의 똑같은 크기로 작용하는 다섯 개의 지점, 그중에서도 제일 안정적인 두 지점 중 하나였지. 거기에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거든. 난파된 배들의 무덤처럼 말이야. (83쪽)
그들은 늘 그런 식으로 모습을 드러냈어. 맨 처음 발견된 순간부터 결코 느리다고는 할 수 없는 아군 함대의 이동속도와 거의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였지. 게다가 사실상 같은 궤도라고 해도 좋을 만큼 거의 똑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중이었고 말이야. 지구식으로 말하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뚝 떨어지는 순간에 이미 최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고나 할까. / 어떻게 그 정도로 정확하게 우리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걸까? 내통하는 사람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들이 출현 방식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이유였던 걸까? (90쪽)
너는 모르겠지. 그런 건 없다고 말할지도 몰라. 하지만 함대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지구 출신과 나 같은 우주 태생 사이에 가로놓인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수도 없이 봐왔어. 그건 말이야, 사소해 보여서 더 본질적인 그런 차이야. 그만큼 각자의 삶에 밀착돼 있지. 은연중에 튀어나오고, 충돌이 생길 때마다 상대가 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그 무언가.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지, 지구에 애인을 둔 수많은 우주 태생 동료가 똑같은 고충을 이야기해. 우리끼리 모여서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진짜로 지구 출신과는 다른 인류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어. (115~116쪽)
곧 궤도연합군 조사단이 여기로 올 거야. 아니, 조사단이 아니라 조사군이라더군. 그리고 진실이 아닌 진실 하나를 만들어낼 거야. 반란군 사령관 데 나다에 관한 이야기. 그래도 너만은 끝까지 나를 믿어줘야 해.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든 말이야. (149쪽)
반드시 돌아올 거야. 이상하지? 나 같은 우주 태생이 어딘가로 돌아올 생각을 하다니. / 이제 나도 고향이 생겼어. 네가 있는 그곳에. 고마워. 그리고 안녕. /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 (153~154쪽)
◎ 차례
청혼
작가의 말
◎ 지은이
배명훈
2005년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미래과거시제』 『화성과 나』, 장편소설 『신의 궤도 1, 2』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썼다. 2010년 제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