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부제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
저자 | 수재나 캐헐런 |
역자 | 장호연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일 | 2023.11.27. |
페이지 수 | 500쪽 |
사이즈 | 148✕215 |
도서 형태 | 무선 |
ISBN | 979-11-6405-225-7 03510 |
분야 | 인문 |
정가 | 19,800원 |
#로젠한실험 #정신의학 #데이비드로젠한 #정신질환 #조현병 #정상과비정상 #정신병원 #강제입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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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 신작★
★전홍진, 뇌부자들 강력 추천★
★가디언, 텔레그래프 올해의 책★
“이 스릴 있는 이야기 속에 정신의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사고 실험
로젠한 실험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서
1969년 2월, 한 남자가 정신병원을 찾았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한다. 이름이 뭡니까?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됩니까? 대통령은 누구죠? 그는 네 가지 질문 모두에 옳게 답했다. 데이비드 루리, 하버포드 주립병원, 1969년 2월 6일, 리처드 닉슨.
이제 의사는 그가 듣는 목소리에 대해 물었다. 환자는 목소리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의사에게 전했다. “비었어. 안에 아무것도 없어. 공허해. 둔탁한 소음이 나.” 의사가 물었다. “목소리들을 알아듣겠어요?” “아니오.” “남자 목소린가요? 여자 목소린가요?” “항상 남자예요.” “지금도 들리나요?” “아니오.” “그들이 진짜라고 생각해요?” “전혀요. 나는 진짜가 아니라고 확신해요. 그런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의사는 진단이 끝난 후, 그에게 조현정동장애 진단을 내리고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데이비드 루리는 환청을 듣지 않는다. 그의 성은 루리가 아니다. 사실, 데이비드 루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데이비드 로젠한이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자, 악명 높은 로젠한 실험의 첫 번째 가짜 환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동시에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된 실험을 계획했다. 자신을 포함해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여덟 명의 정상인들을 미국 각지의 정신병원으로 보내 의사들이 가짜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지 테스트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료받은 병원 모두 그들을 정신병자로 오진했고, 평균 20여 일 동안 정신병동에 수감 시켰다. 가짜 환자들은 병동 내부의 비윤리적인 행태와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었고, 꼼짝없이 잘못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야 했다.
로젠한은 실험을 바탕으로 논문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를 발표했고,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정신의학계의 진단체계와 치료법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면서, 수십 개의 정신병원이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정신의학계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질문인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논쟁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실들이 모든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실험 후 가짜 환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데이비드 로젠한은 이 실험을 왜 계획했으며, 이는 위대한 사건인가 추악한 사기인가?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이 역사적 실험의 이면을 추적한다. 〈뉴욕 포스트〉의 베테랑 기자이자, 100만 베스트셀러 작가인 수재나 캐헐런은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특유의 조사력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마치 범인을 쫓는 형사처럼 작은 실마리들을 붙잡고 끈질기게 답을 추리해 나간다. 실험의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것은 물론, 수소문해서 찾은 로젠한의 동료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로젠한의 유품에서 시작해서, 생존한 인물들과 남아 있는 소수의 자료를 통해 로젠한이 실험을 계획한 동기와 실험에 참가했던 가짜 환자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지금껏 알려진 이야기로는 바라볼 수 없는 정신의학의 얼굴을 드러내며, 아직 걷히지 않은 정신의학에 드리운 거대한 그늘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로젠한은 왜 이 실험을 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이 충격적인 실험은 왜 일어났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자는 정신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며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며 시작한다. 인류는 오랜 시간 광기의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다. 광기를 신이 내리는 벌이라고 주장했던 초기 종교와 물질적인 신체와 완전히 별개로서 합리적 이성이 무너진 부산물이라고 주장한 계몽주의 사상을 거쳐, 19세기에 들어서야 광기는 의학의 대상이 되었고 ‘정신의학’은 탄생했다. 이후 카를 베르니케, 크레펠린 등의 정신의학자는 정신질환의 원인을 뇌를 비롯한 생물학적 원인에서 찾으려 했고, 프로이트는 유명한 무의식 이론을 주장하며 마음을 분석하여 원인을 밝히려 했다. 하지만 광기, 즉 정신이상의 원인을 찾는 여정이 악령과 이성의 문제에서, 뇌와 육체를 거쳐, 보이지 않는 무의식에 이를 때까지 정신의학은 어떠한 과학적 언어를 가지지 못했다. 오직 정신의학자들이 주장하고 합의하는 것, 그것이 ‘정신’을 개념화했다. 이 과정에서 회전의자, 뇌엽절리술, 허술한 약물 처방과 같은 끔찍한 치료를 시행했고, 우생학과 단종법, 정신분석과 극단적 진단 허무주의 사이를 크게 오가며 진단에서도 치료에서도 어떠한 답을 밝히지 못했다. 정신의학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누구나 정상에서 추방당할 수 있었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잘못된 치료를 받는 악순환이 역사 내내 계속되었다. 정신의학은 과학적 언어가 없다는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신을 판단하고 좌우하는 너무나 크고 중요한 힘을 가졌으며,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이런 사회적 의구심과 함께 계획되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대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로젠한의 이 질문은 정신이상은 어떤 객관적이고 외적인 진실로 인해 진단되는 것이 아닌, 그저 관찰자의 눈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대학교수라는 직함과 〈사이언스〉라는 명망 높은 학술지가 과학적 엄정함을 뒷받침했고, 1960~70년대 당시 거세게 불었던 반정신의학 운동과 광기에 대한 대중들의 옹호는 로젠한 실험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데 일조했다. 그렇게 로젠한은 실험의 여러 ‘치명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정신의학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었고, 그에 따른 권위를 얻었다. 저자는 로젠한 실험의 역사적 배경을 꼼꼼히 살피며, 실험이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그리고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정신의학 안팎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실험 후 가짜 환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로젠한 실험의 구체적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로젠한과 관련된 자료와 인물들을 탐색하며, 논문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날조된 로젠한이 숨기려 한 가짜 환자들의 실태를 찾아 나선다. 빌 언더우드라는 이름의 가짜 환자는 로젠한에게 제대로 된 준비를 받지 않은 채 정신병동에 수감되었다. 과도한 약물치료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전기충격요법을 받을 뻔했다. 또한 로젠한은 빌과 그의 아내에게 그를 언제든지 퇴원시킬 수 있는 인신보호영장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빌은 정신병원에 도사린 온갖 위험에서 어떠한 안전도 보장받지 못했다. 빌의 아내는 남편과 면회 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언젠가 박사학위를 받을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가 병약자처럼 구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보니 참기 어려웠습니다.” 정신병원 수감 경험은 한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로젠한은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모조리 삭제했다.
또 다른 가짜 환자 해리 랜도의 경우 그는 아예 기록에서 삭제되었다. 그가 실험 취지에 어긋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리는 정신병원에서 안정감을 느꼈고, 의료진 및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었다. 현실에서 느낀 불안감과 소외감이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해소된 것이다. 동료들과 진심으로 고민을 나눴고 때로는 리더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해리는 정신병원 생활에 만족했고 이를 보고했지만, 정신의학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게 목표였던 로젠한은 그의 기록을 누락했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 가져와 다른 환자의 기록에 덧붙였다.
저자가 밝히는 가짜 환자들의 이야기는 정신병원 내부의 모습, 그리고 정신의학의 한계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로젠한과 가짜 환자들이 의사를 상대로 쓴 속임수, 과장된 진술을 조목조목 살펴보며, 로젠한 실험에 점철된 날조와 왜곡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로젠한 실험은 위대한 사건인가 추악한 사기인가?
정신의학계 안에서 실험의 방법론적 결함을 지적하며 가짜 연구임을 고발한 사람들이 있었다.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내가 혈액 한 통을 마시고는 무슨 짓을 했는지 감추고 병원 응급실에 가서 피를 토한다면, 그곳 직원이 어떻게 행동할지 빤히 예측된다. 그들이 출혈성 궤양이라고 진단하고 치료하면, 의학이 병을 진단할 줄 모른다고 내가 설득력 있게 반론을 펼 수도 있을 것 같다.”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로버트 스피처는 로젠한 실험의 맹점을 누구보다 확실히 파악했다. 그는 “먹을 때는 맛있지만 나쁜 뒷맛을 남기는 음식이 있다. 로젠한의 연구가 그렇다. 논문이 게재된 〈사이언스〉의 명성과 넓은 독자층에 힘입어 과학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라고 말하며, “과학 행세를 하는 유사과학”으로 취급했다. 그는 실험의 방법부터 용어 사용까지 모든 측면을 격파했다. 그런데 왜 스피처는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도 정신의학의 본질적 한계가 연관되어 있다.
로버트 스피처는 정신의학에서 헌법과도 같은 위상을 가진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3판의 담당자였다. 그는 이 3판 개정으로 정신의학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시도한다. 인간 행동 이면의 동기를 탐구한다는 프로이트주의를 몰아내고, 기술적 접근을 바탕으로 엄정한 진단기준을 마련하여 진단에 공통적인 증상들을 하나로 묶으려 시도했다. 정신의학을 더욱 의학 분야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심장병, 위암, 당뇨병 등을 치료하듯 의사들이 정확히 환자의 병을 판별하고 공략할 수 있는 진단기준을 마련하려 했다.
그런 그에게 로젠한 실험은 천운의 기회였다. 지금까지의 정신의학은 모두 틀렸고 싹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도발적이고 힘 있게 설득한 것이다. 스피처는 로젠한 실험의 여러 문제점은 차지하고 그가 하나는 제대로 했는데 바로 “정신질환 진단의 신뢰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인식한 것”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험이 일으킨 파장을 동력으로 삼아 이 문제를 본인이 해결하려 한 것이다. 사회학자 앤드루 스컬은 이렇게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스피처에게 로젠한의 연구와 세상의 이례적인 관심은 하늘이 내려준 만나였다. 얼마 전부터 그가 하려고 준비해온 일, 즉 정신의학이 진단을 내리는 방식을 개편하는 일에 결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다시 말해 로젠한의 연구는 스피처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신의학 분야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철저한 정비를 그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토록 쓸모가 많은 것에 어째서 치명타를 입힌다는 말인가?
정신의학이 과학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로젠한 실험의 문제를 알면서도 드러내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의학이 힘이 없었음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로젠한 실험이라는 주사를 맞은 정신의학은 엄정하고 객관적인 진단기준과 치료법을 얻었을까?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제5판까지 개정되며 수정에 수정을 더했지만 아직도 정신의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과학적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정신의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며 로젠한 실험이 여전히 드리우고 있는 그늘과 정신의학이 나아가는 길을 알려준다.
“정신의학에 우리의 정신을 맡길 수 있는가?”
우울증, 공황장애, 성인 ADHD, 조현병…
정신질환 만연의 시대에 던지는 도발적 질문
정신의학은 점점 우리의 삶과 밀접해지고 있다. 정신과의 문턱은 갈수록 낮아지는 한편, 뉴스에서는 연일 조현병 관련 범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신의학을 알지 못하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사회의 뇌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지금 우리는 정신의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렵다는 이유로,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고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독자들에게 로젠한 실험이라는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정신의학의 역사와 핵심 개념을 재미있고 부담 없이 접해보기를 제안한다.
로젠한의 실험은 비록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신의학에 올바른 문제를 제기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이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정신의학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저 맡기기만 해도 될까? 정신의학은 다른 의학 분야와 결정적인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른 어떤 분야도 강제로 치료하거나 억지로 사람을 감금하지 못한다. 다른 어떤 분야도 질병인식불능증(병에 걸린 사람이 그 사실을 몰라서 의사가 어떻게 언제 개입해야 할지 까다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정기적으로 맞닥뜨려 골머리를 앓지 않는다. 정신의학은 ‘사람’에 대해, 우리의 ‘성격’, 우리의 ‘믿음’, 우리의 ‘도덕’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정신의학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법관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신의학의 이 행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때로는 돕고 때로는 의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신의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상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도와줄 것이다.
지은이
수재나 캐헐런Susannah Cahalan
촉망받는 기자였던 저자는 스물네 살의 나이에 삶을 뒤흔드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한다.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들은 차트에 ‘조현병’이라고 적었다. 꼼짝없이 잘못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고 결국 정신병원 강제 수감이 결정되기에 이르렀지만, 한 의사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으로 정확한 병명을 밝혀낼 수 있었다. 신체질환을 정신질환이라고 진단한 오진, 조현병이라는 꼬리표는 육체와 정신을 사지로 끌고 갔다. 저자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나 같은 오진의 희생자가 또 있을까? 자신은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저자는 이 문제를 탐구하는 데 전념했다. 그러던 중 한 무리의 가짜 환자가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에 잠입하여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뒤흔든 ‘로젠한 실험’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마주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데이비드 로젠한이 던진 중요한 질문을 따라 실험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사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젠한이 왜 정신의학의 기반을 흔드는 실험을 계획했는지, 왜 이런 실험이 가능했고 가짜 환자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데이비드 로젠한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실험의 미스터리한 진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과 조사력은 기자 활동 경험에서 비롯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뉴욕 포스트〉 인턴 기자로 시작해 베테랑 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진 경험을 주제로 쓴 『브레인 온 파이어』가 있다.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클로이 머레츠가 연기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옮긴이
장호연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뮤지코필리아』 『스스로 치유하는 뇌』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얼리티 버블』 『소리의 마음들』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클래식의 발견』 『고전적 양식』 『쇼스타코비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추천의 말
프롤로그
1부
1장 거울상
위대한 행세자 / '정신병원으로 이송' / 뇌의 병과 마음의 병 사이의 경계선
2장 넬리 블라이
절대로 나갈 수 없는 실성한 자들의 거처 / 블랙웰에서 보낸 열흘
3장 광기의 거처를 찾아서
정신의학의 태동 / 크레펠린과 프로이트의 등장
4장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
정신의학의 심장에 칼을 꽂은 실험 / 외면할 수 없는 부름
5장 불가사의 속에 신비로 싸인 수수께끼
안갯속으로 / 비밀을 풀어줄 로제타석
2부
6장 실험의 배경
로젠한의 본질 / 반정신의학 운동의 확산 속에서 / 광기에 대한 옹호
7장 호랑이 굴 속으로
회색의 음영 / 잠입 계획 / 척후병의 출발
8장 “정체가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어”
데이비드 루리의 탄생 / 하버포드 정신병원
9장 입원
접수면접 / 정신병동 입원의 의미
10장 정신병원에서 보낸 9일
첫째 날 / 둘째 날 / 셋째 날 / 넷째 날 / 다섯째 날 / 여섯째 날 / 일곱째 날 / 여덟째 날 / 아홉째 날 / 논문의 발판으로 삼다
11장 금맥을 캐다
이어지는 잠입 / 스탠퍼드에 입성하다
12장 그리고 오로지 정신이상자들만이 누가 멀쩡한 사람인지 알았다
논문에 쏟아진 열광적 찬사 / 인권 운동에 불을 지피다
3부
13장 첫 번째 단서
낯익은 이름 / 결정적 기회를 잡다
14장 빌 언더우드
빌이라는 남자 / 115733번 환자 / 두려운 변화
15장 11호 병동
에살렌 연구소 / 약물 처방에 대한 반발
16장 얼음 위의 영혼
병동 경험이 끼친 영향 / 도처에 도사린 위험 / 잊힌 기억
17장 로즈메리 케네디
케네디 가문의 숨겨진 일원 / 지역사회 정신보건법의 명암
4부
18장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
피어나는 의문 / 로버트 스피처
19장 오염된 자료
드러나는 날조 / 좋은 의사? 나쁜 의사? / 의도적 왜곡
20장 역설적 쓸모
스피처의 침묵 / 편람 제3판의 탄생 / 정신의학의 얼굴을 바꾸다
21장 스키드 면담
정신의학의 본질적 한계 / 편람 개정의 연이은 실패 / 스키드 면담
5부
22장 각주
감춰진 아홉 번째 환자 / 무심코 말한 진심 / 논지에 어긋난 결과
23장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다”
무시된 기록 / 로젠한이 놓친 그림
24장 무너진 정신보건 시스템
응급상황에 빠진 정신병동 / 교도소로 내몰리는 환자들
25장 가짜 환자들의 행방
사라진 환자들 / 체스트넛 로지 / 유령들
26장 결정적 일격
모든 곳에 있으면서 어디에도 없는 사람 / 유행병처럼 번지는 학문적 사기 / 정신의학 내부의 목소리
27장 갈림길에 선 정신의학
한계를 인정할 때 / 장막을 걷으려는 노력 /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제목 |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부제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
저자 | 수재나 캐헐런 |
역자 | 장호연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일 | 2023.11.27. |
페이지 수 | 500쪽 |
사이즈 | 148✕215 |
도서 형태 | 무선 |
ISBN | 979-11-6405-225-7 03510 |
분야 | 인문 |
정가 | 19,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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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 신작★
★전홍진, 뇌부자들 강력 추천★
★가디언, 텔레그래프 올해의 책★
“이 스릴 있는 이야기 속에 정신의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사고 실험
로젠한 실험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서
1969년 2월, 한 남자가 정신병원을 찾았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한다. 이름이 뭡니까?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됩니까? 대통령은 누구죠? 그는 네 가지 질문 모두에 옳게 답했다. 데이비드 루리, 하버포드 주립병원, 1969년 2월 6일, 리처드 닉슨.
이제 의사는 그가 듣는 목소리에 대해 물었다. 환자는 목소리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의사에게 전했다. “비었어. 안에 아무것도 없어. 공허해. 둔탁한 소음이 나.” 의사가 물었다. “목소리들을 알아듣겠어요?” “아니오.” “남자 목소린가요? 여자 목소린가요?” “항상 남자예요.” “지금도 들리나요?” “아니오.” “그들이 진짜라고 생각해요?” “전혀요. 나는 진짜가 아니라고 확신해요. 그런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의사는 진단이 끝난 후, 그에게 조현정동장애 진단을 내리고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데이비드 루리는 환청을 듣지 않는다. 그의 성은 루리가 아니다. 사실, 데이비드 루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데이비드 로젠한이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자, 악명 높은 로젠한 실험의 첫 번째 가짜 환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동시에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된 실험을 계획했다. 자신을 포함해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여덟 명의 정상인들을 미국 각지의 정신병원으로 보내 의사들이 가짜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지 테스트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료받은 병원 모두 그들을 정신병자로 오진했고, 평균 20여 일 동안 정신병동에 수감 시켰다. 가짜 환자들은 병동 내부의 비윤리적인 행태와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었고, 꼼짝없이 잘못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야 했다.
로젠한은 실험을 바탕으로 논문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를 발표했고,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정신의학계의 진단체계와 치료법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면서, 수십 개의 정신병원이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정신의학계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질문인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논쟁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실들이 모든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실험 후 가짜 환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데이비드 로젠한은 이 실험을 왜 계획했으며, 이는 위대한 사건인가 추악한 사기인가?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이 역사적 실험의 이면을 추적한다. 〈뉴욕 포스트〉의 베테랑 기자이자, 100만 베스트셀러 작가인 수재나 캐헐런은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특유의 조사력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마치 범인을 쫓는 형사처럼 작은 실마리들을 붙잡고 끈질기게 답을 추리해 나간다. 실험의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것은 물론, 수소문해서 찾은 로젠한의 동료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로젠한의 유품에서 시작해서, 생존한 인물들과 남아 있는 소수의 자료를 통해 로젠한이 실험을 계획한 동기와 실험에 참가했던 가짜 환자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지금껏 알려진 이야기로는 바라볼 수 없는 정신의학의 얼굴을 드러내며, 아직 걷히지 않은 정신의학에 드리운 거대한 그늘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로젠한은 왜 이 실험을 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이 충격적인 실험은 왜 일어났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저자는 정신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며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며 시작한다. 인류는 오랜 시간 광기의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다. 광기를 신이 내리는 벌이라고 주장했던 초기 종교와 물질적인 신체와 완전히 별개로서 합리적 이성이 무너진 부산물이라고 주장한 계몽주의 사상을 거쳐, 19세기에 들어서야 광기는 의학의 대상이 되었고 ‘정신의학’은 탄생했다. 이후 카를 베르니케, 크레펠린 등의 정신의학자는 정신질환의 원인을 뇌를 비롯한 생물학적 원인에서 찾으려 했고, 프로이트는 유명한 무의식 이론을 주장하며 마음을 분석하여 원인을 밝히려 했다. 하지만 광기, 즉 정신이상의 원인을 찾는 여정이 악령과 이성의 문제에서, 뇌와 육체를 거쳐, 보이지 않는 무의식에 이를 때까지 정신의학은 어떠한 과학적 언어를 가지지 못했다. 오직 정신의학자들이 주장하고 합의하는 것, 그것이 ‘정신’을 개념화했다. 이 과정에서 회전의자, 뇌엽절리술, 허술한 약물 처방과 같은 끔찍한 치료를 시행했고, 우생학과 단종법, 정신분석과 극단적 진단 허무주의 사이를 크게 오가며 진단에서도 치료에서도 어떠한 답을 밝히지 못했다. 정신의학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누구나 정상에서 추방당할 수 있었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잘못된 치료를 받는 악순환이 역사 내내 계속되었다. 정신의학은 과학적 언어가 없다는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신을 판단하고 좌우하는 너무나 크고 중요한 힘을 가졌으며,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이런 사회적 의구심과 함께 계획되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대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로젠한의 이 질문은 정신이상은 어떤 객관적이고 외적인 진실로 인해 진단되는 것이 아닌, 그저 관찰자의 눈에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대학교수라는 직함과 〈사이언스〉라는 명망 높은 학술지가 과학적 엄정함을 뒷받침했고, 1960~70년대 당시 거세게 불었던 반정신의학 운동과 광기에 대한 대중들의 옹호는 로젠한 실험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데 일조했다. 그렇게 로젠한은 실험의 여러 ‘치명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정신의학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었고, 그에 따른 권위를 얻었다. 저자는 로젠한 실험의 역사적 배경을 꼼꼼히 살피며, 실험이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그리고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정신의학 안팎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실험 후 가짜 환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난 사실과 로젠한 실험의 구체적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로젠한과 관련된 자료와 인물들을 탐색하며, 논문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의도적으로 날조된 로젠한이 숨기려 한 가짜 환자들의 실태를 찾아 나선다. 빌 언더우드라는 이름의 가짜 환자는 로젠한에게 제대로 된 준비를 받지 않은 채 정신병동에 수감되었다. 과도한 약물치료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전기충격요법을 받을 뻔했다. 또한 로젠한은 빌과 그의 아내에게 그를 언제든지 퇴원시킬 수 있는 인신보호영장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빌은 정신병원에 도사린 온갖 위험에서 어떠한 안전도 보장받지 못했다. 빌의 아내는 남편과 면회 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언젠가 박사학위를 받을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가 병약자처럼 구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보니 참기 어려웠습니다.” 정신병원 수감 경험은 한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로젠한은 논문에서 이런 사실을 모조리 삭제했다.
또 다른 가짜 환자 해리 랜도의 경우 그는 아예 기록에서 삭제되었다. 그가 실험 취지에 어긋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해리는 정신병원에서 안정감을 느꼈고, 의료진 및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었다. 현실에서 느낀 불안감과 소외감이 오히려 정신병원에서 해소된 것이다. 동료들과 진심으로 고민을 나눴고 때로는 리더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해리는 정신병원 생활에 만족했고 이를 보고했지만, 정신의학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게 목표였던 로젠한은 그의 기록을 누락했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 가져와 다른 환자의 기록에 덧붙였다.
저자가 밝히는 가짜 환자들의 이야기는 정신병원 내부의 모습, 그리고 정신의학의 한계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로젠한과 가짜 환자들이 의사를 상대로 쓴 속임수, 과장된 진술을 조목조목 살펴보며, 로젠한 실험에 점철된 날조와 왜곡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로젠한 실험은 위대한 사건인가 추악한 사기인가?
정신의학계 안에서 실험의 방법론적 결함을 지적하며 가짜 연구임을 고발한 사람들이 있었다.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에 내가 혈액 한 통을 마시고는 무슨 짓을 했는지 감추고 병원 응급실에 가서 피를 토한다면, 그곳 직원이 어떻게 행동할지 빤히 예측된다. 그들이 출혈성 궤양이라고 진단하고 치료하면, 의학이 병을 진단할 줄 모른다고 내가 설득력 있게 반론을 펼 수도 있을 것 같다.”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로버트 스피처는 로젠한 실험의 맹점을 누구보다 확실히 파악했다. 그는 “먹을 때는 맛있지만 나쁜 뒷맛을 남기는 음식이 있다. 로젠한의 연구가 그렇다. 논문이 게재된 〈사이언스〉의 명성과 넓은 독자층에 힘입어 과학계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라고 말하며, “과학 행세를 하는 유사과학”으로 취급했다. 그는 실험의 방법부터 용어 사용까지 모든 측면을 격파했다. 그런데 왜 스피처는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도 정신의학의 본질적 한계가 연관되어 있다.
로버트 스피처는 정신의학에서 헌법과도 같은 위상을 가진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3판의 담당자였다. 그는 이 3판 개정으로 정신의학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시도한다. 인간 행동 이면의 동기를 탐구한다는 프로이트주의를 몰아내고, 기술적 접근을 바탕으로 엄정한 진단기준을 마련하여 진단에 공통적인 증상들을 하나로 묶으려 시도했다. 정신의학을 더욱 의학 분야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들고자 한 것이다. 심장병, 위암, 당뇨병 등을 치료하듯 의사들이 정확히 환자의 병을 판별하고 공략할 수 있는 진단기준을 마련하려 했다.
그런 그에게 로젠한 실험은 천운의 기회였다. 지금까지의 정신의학은 모두 틀렸고 싹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도발적이고 힘 있게 설득한 것이다. 스피처는 로젠한 실험의 여러 문제점은 차지하고 그가 하나는 제대로 했는데 바로 “정신질환 진단의 신뢰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인식한 것”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험이 일으킨 파장을 동력으로 삼아 이 문제를 본인이 해결하려 한 것이다. 사회학자 앤드루 스컬은 이렇게 말했다. “역설적이게도 스피처에게 로젠한의 연구와 세상의 이례적인 관심은 하늘이 내려준 만나였다. 얼마 전부터 그가 하려고 준비해온 일, 즉 정신의학이 진단을 내리는 방식을 개편하는 일에 결정적인 자극이 되었다.” 다시 말해 로젠한의 연구는 스피처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신의학 분야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철저한 정비를 그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토록 쓸모가 많은 것에 어째서 치명타를 입힌다는 말인가?
정신의학이 과학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로젠한 실험의 문제를 알면서도 드러내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의학이 힘이 없었음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로젠한 실험이라는 주사를 맞은 정신의학은 엄정하고 객관적인 진단기준과 치료법을 얻었을까?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제5판까지 개정되며 수정에 수정을 더했지만 아직도 정신의학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릴 과학적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정신의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며 로젠한 실험이 여전히 드리우고 있는 그늘과 정신의학이 나아가는 길을 알려준다.
“정신의학에 우리의 정신을 맡길 수 있는가?”
우울증, 공황장애, 성인 ADHD, 조현병…
정신질환 만연의 시대에 던지는 도발적 질문
정신의학은 점점 우리의 삶과 밀접해지고 있다. 정신과의 문턱은 갈수록 낮아지는 한편, 뉴스에서는 연일 조현병 관련 범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정신의학을 알지 못하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사회의 뇌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지금 우리는 정신의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렵다는 이유로,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고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독자들에게 로젠한 실험이라는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정신의학의 역사와 핵심 개념을 재미있고 부담 없이 접해보기를 제안한다.
로젠한의 실험은 비록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신의학에 올바른 문제를 제기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이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정신의학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저 맡기기만 해도 될까? 정신의학은 다른 의학 분야와 결정적인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른 어떤 분야도 강제로 치료하거나 억지로 사람을 감금하지 못한다. 다른 어떤 분야도 질병인식불능증(병에 걸린 사람이 그 사실을 몰라서 의사가 어떻게 언제 개입해야 할지 까다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정기적으로 맞닥뜨려 골머리를 앓지 않는다. 정신의학은 ‘사람’에 대해, 우리의 ‘성격’, 우리의 ‘믿음’, 우리의 ‘도덕’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정신의학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법관인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신의학의 이 행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때로는 돕고 때로는 의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신의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상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도와줄 것이다.
지은이
수재나 캐헐런Susannah Cahalan
촉망받는 기자였던 저자는 스물네 살의 나이에 삶을 뒤흔드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한다.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들은 차트에 ‘조현병’이라고 적었다. 꼼짝없이 잘못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고 결국 정신병원 강제 수감이 결정되기에 이르렀지만, 한 의사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으로 정확한 병명을 밝혀낼 수 있었다. 신체질환을 정신질환이라고 진단한 오진, 조현병이라는 꼬리표는 육체와 정신을 사지로 끌고 갔다. 저자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나 같은 오진의 희생자가 또 있을까? 자신은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저자는 이 문제를 탐구하는 데 전념했다. 그러던 중 한 무리의 가짜 환자가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에 잠입하여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뒤흔든 ‘로젠한 실험’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마주했다.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 데이비드 로젠한이 던진 중요한 질문을 따라 실험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사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젠한이 왜 정신의학의 기반을 흔드는 실험을 계획했는지, 왜 이런 실험이 가능했고 가짜 환자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데이비드 로젠한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지금껏 밝혀지지 않은 실험의 미스터리한 진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과 조사력은 기자 활동 경험에서 비롯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뉴욕 포스트〉 인턴 기자로 시작해 베테랑 기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진 경험을 주제로 쓴 『브레인 온 파이어』가 있다.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클로이 머레츠가 연기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옮긴이
장호연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음악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음악과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뮤지코필리아』 『스스로 치유하는 뇌』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얼리티 버블』 『소리의 마음들』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클래식의 발견』 『고전적 양식』 『쇼스타코비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차례
추천의 말
프롤로그
1부
1장 거울상
위대한 행세자 / '정신병원으로 이송' / 뇌의 병과 마음의 병 사이의 경계선
2장 넬리 블라이
절대로 나갈 수 없는 실성한 자들의 거처 / 블랙웰에서 보낸 열흘
3장 광기의 거처를 찾아서
정신의학의 태동 / 크레펠린과 프로이트의 등장
4장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
정신의학의 심장에 칼을 꽂은 실험 / 외면할 수 없는 부름
5장 불가사의 속에 신비로 싸인 수수께끼
안갯속으로 / 비밀을 풀어줄 로제타석
2부
6장 실험의 배경
로젠한의 본질 / 반정신의학 운동의 확산 속에서 / 광기에 대한 옹호
7장 호랑이 굴 속으로
회색의 음영 / 잠입 계획 / 척후병의 출발
8장 “정체가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어”
데이비드 루리의 탄생 / 하버포드 정신병원
9장 입원
접수면접 / 정신병동 입원의 의미
10장 정신병원에서 보낸 9일
첫째 날 / 둘째 날 / 셋째 날 / 넷째 날 / 다섯째 날 / 여섯째 날 / 일곱째 날 / 여덟째 날 / 아홉째 날 / 논문의 발판으로 삼다
11장 금맥을 캐다
이어지는 잠입 / 스탠퍼드에 입성하다
12장 그리고 오로지 정신이상자들만이 누가 멀쩡한 사람인지 알았다
논문에 쏟아진 열광적 찬사 / 인권 운동에 불을 지피다
3부
13장 첫 번째 단서
낯익은 이름 / 결정적 기회를 잡다
14장 빌 언더우드
빌이라는 남자 / 115733번 환자 / 두려운 변화
15장 11호 병동
에살렌 연구소 / 약물 처방에 대한 반발
16장 얼음 위의 영혼
병동 경험이 끼친 영향 / 도처에 도사린 위험 / 잊힌 기억
17장 로즈메리 케네디
케네디 가문의 숨겨진 일원 / 지역사회 정신보건법의 명암
4부
18장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
피어나는 의문 / 로버트 스피처
19장 오염된 자료
드러나는 날조 / 좋은 의사? 나쁜 의사? / 의도적 왜곡
20장 역설적 쓸모
스피처의 침묵 / 편람 제3판의 탄생 / 정신의학의 얼굴을 바꾸다
21장 스키드 면담
정신의학의 본질적 한계 / 편람 개정의 연이은 실패 / 스키드 면담
5부
22장 각주
감춰진 아홉 번째 환자 / 무심코 말한 진심 / 논지에 어긋난 결과
23장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다”
무시된 기록 / 로젠한이 놓친 그림
24장 무너진 정신보건 시스템
응급상황에 빠진 정신병동 / 교도소로 내몰리는 환자들
25장 가짜 환자들의 행방
사라진 환자들 / 체스트넛 로지 / 유령들
26장 결정적 일격
모든 곳에 있으면서 어디에도 없는 사람 / 유행병처럼 번지는 학문적 사기 / 정신의학 내부의 목소리
27장 갈림길에 선 정신의학
한계를 인정할 때 / 장막을 걷으려는 노력 /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