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집이라는 모험 |
부제 | |
저자 | 신순화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일 | 2022. 11. 28 |
페이지 수 | 260쪽 |
사이즈 | 142*215 |
도서 형태 | 무선 |
ISBN | 979-11-6405-183-0 03810 |
분야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정가 | 15,000원 |
#에세이 #전원생활 #일상 #마당있는집 #아이키우기 #집이라는모험 #자연 #마당 #집 #계절 #동물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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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집을 바꾸자 삶이 바뀐 가족의 모험 가득한 날들
나와 아이를 키우고 생의 기쁨을 일깨워준 자연 속의 삶
에세이스트 신순화의 좌충우돌 전원생활 12년의 기록
누적 방문 횟수 4백 만이 넘는 파워블로거이자 육아칼럼니스트 신순화의 신간 『집이라는 모험』이 출간되었다. 오랜 아파트 생활 동안 마당의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벽난로가 있는 붉은 벽돌집을 꿈꾸었던 저자가 운명처럼 그런 집을 만나 12년 동안 살며 마주한 애환을 담았다. 고달픈 현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곳에서 세 아이와 함께 개, 고양이, 닭을 키우며 밭농사도 짓고 모험처럼 살아가는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당, 나무와 풀과 꽃들, 바람과 햇빛, 고양이와 개, 수많은 새들과 벌레, 그리고 이웃과 함께한 가족의 이야기는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 속의 삶을 나누어주며 오늘 내가 사는 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원에서의 삶은 고단한 노동을 부르지만…
수백 가지 힘든 걸 감수할 만한, 자연의 값진 선물들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밤새도록 거실 난로를 때도 실내 기온이 오르는 둥 마는 둥 하는 추위 못지않게 수많은 벌레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저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난감한 일이다. 전원생활은 벌레와의 동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속이나 시골 벽지까지는 아니어도 앞뒤로 넓은 텃밭이 있고 산을 낀 저자의 집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날개미들에 깜짝 놀라거나 거미, 돈벌레를 만나는 게 일상이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540평 넘는 대지에 집 한 채를 제외하면 다 밭이다. 집주인과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땅에서 고구마며 감자, 콩이며 부추, 오이, 가지를 길러 먹겠다는 넘치는 의욕은 결국 끝도 없는 풀과의 싸움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뱀, 쥐를 대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낯선 마을에서 얼굴 모르는 사람과 이런저런 다툼은 으레 겪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변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고, 마을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스스럼없이 태우는 바람에 그때마다 따지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전철역 근처 아파트에서 이사해오는 바람에 회사까지 출근 거리가 멀어진 남편, 여러모로 편한 도시 생활에서 멀어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게 될 때 얻는 혜택이 불편함보다 더 컸다. 또 이 모든 어려움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던 생활이라는 커다란 성취감을 넘어설 수 없었다.
당장은 싫고 고달프지만 이런 불편함 속에서 저자는 크고 작은 깨달음을 하나둘 길어 올린다. 가물면 밭작물은 쉽게 시들어버리지만 누가 심고 가꾸지 않은 풀은 그런 때일수록 “독기를 모아가며 고개를” 들고 자란다. 아이들도 이런 생명력 강한 풀마냥 저마다 타고난 기질대로 자라나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벌레가 많은 것도 그만큼 집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벌레들이 살 수 있는 집이라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여기고 무엇보다 이런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해한다.
도심 아파트 생활은 인구 밀집의 정도로만 보면 늘 많은 사람이나 사건을 마주해야 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대개는 스쳐 지나갈 뿐 매일같이 벌어지는 무수한 사건도 나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저자는 교외의 주택 생활에서 친근하게 만나는 자연과 동물에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불러주며 작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운다.
주방에 가끔 나타나는 거미는 ‘아라고그’이고, 동네에서 만나는 개들은 수수, 감자, 오디, 땅콩, 앵두 같은 귀여운 이름이다. 집 근처 전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도 금이, 은이, 단이, 풍이 같은 이름을 얻는다. 이름을 붙여 늘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그 자연과 마음을 주는 친구가 된다는 의미다. 너무 많고 너무 일률적인 자연과 사물의 연속인 도심에서는 엄두조차 못 낼 일이기도 하다.
때로 서로 얼굴 붉히는 이웃도 있지만 효동 할아버지같이 자신을 알아봐 주고 아이들을 예뻐해 주면서 때로 자신이 도움을 줄 이웃이 있다는 것에 저자는 마음이 푸근해진다. 또 집에서 거둔 앵두며 달걀을 공동체 밴드를 통해 내다 팔고 손재주 있는 막내가 만든 액세서리를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파는 것은 도시에선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마당 있는 주택을 배경으로 한 따뜻하고 찬란한 기록
교외 생활을 예찬한다고 저자가 도심 아파트 생활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려 교육 문제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기에 망설임 없이 지금 집에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개를 키우는 마당 있는 집을 바랐던 아들과 달리 중학생인 딸은 “편세권”을 외치며 도심 생활을 동경하니 아이들과 저자의 생각이 똑같은 것도 아니다. 아이들 어릴 때 시골살이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는 정도다.
지금 사는 집 일대가 재개발로 크게 바뀔 모양이고 저자가 사는 집도 집주인이 매물로 내놔 오랜 시골 단독 주택 생활을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온 듯하다. 이제 저자는 다른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 지긋지긋한 풀과 싸우지 않기 위해 화단은 작게, 창고와 실내 수납장은 넉넉하게, 택배원들 고생 안 시키도록 평지에 있는 집이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오래된 집이 아니길 바란다.
◎ 책 속으로
“아이는 흙과 동물, 그리고 벌레를 사랑했다. 놀이터에서도 그네보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를 관찰하는 걸 더 좋아했다. 산책하는 개라도 만나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마다 자기도 개를 키우고 싶다며 나를 올려다보곤 했다. 돌멩이와 풀꽃, 나무와 새, 강아지와 고양이.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땅 위에 있었다. 방 두 칸짜리 주공 아파트 십이층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큰 욕심없이 지냈는데 다른 욕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땅으로 내려가고 싶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다 있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어느새 아이와 나는 종이에 살고 싶은 집을 그리며 꿈을 꾸고 있었다.” (11~12쪽)
“이 집에서는 나날이 모험이었다. 모든 날이 다른 색채와 느낌으로 다가와 놀랍고 뿌듯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힘들고 속상하고 마음 아픈 일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가슴 설레고 놀랍고 짜릿한 일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 집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지 못하고 살았을 세상이 있었다. 모험이 넘치는 집에서 산다는 것, 눈을 뜨면 여전히 설레고 놀랍고 두근거리는 일이 기다린다는 것,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은 없다.” (56~57쪽)
“나는 자연 속에서 살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몸과 마음을 열심히 움직이며 살 수 있는 집이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이런 삶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뛰어들어서 내 이야기로 만들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우리의 이야기를 살아간다. 힘들어도 지루할 틈 없는 집에서 날마다 모험을 누리며 살고 있다.” (64쪽)
“농사라는 게 절기마다 심고 거둬야 할 작물이 달라서 한 가지가 끝나면 다른 것을 이어 심어야 한다. 그런데 우린 먼저 심은 것도 제대로 못 챙기다 보니 밭이 금세 엉망이 되었다. 풀은 무섭게 자라 작물을 다 가렸다. 날이 가물면 물 주기가 고역이고 장마가 길면 작물이 녹아버리거나 썩었다. 오이도, 가지도, 옥수수도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덜 여물거나 너무 자라서 먹을 수 없었다. 땅콩은 두더지가 파먹고 첫 옥수수는 까치들에게 바쳤다. 콩 싹은 고라니가 말끔히 뜯어 먹었다. 잎을 파먹고 새순을 뜯어 먹고 뿌리를 갉아 먹는 벌레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107~108쪽)
“비라도 오면 소리는 말할 수 없이 풍성해진다. 지붕과 차양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다르고, 빗물받이 통으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다르다. 마당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보도블록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다르고, 수련 항아리 위로 떨어지는 소리도 다르다. 가랑비 내릴 때 우산을 받치고 숲으로 가면 나뭇잎이 파들거리는 소리가 가득한데 그 속에 가만히 서 있으면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커다란 잎으로 빗방울을 받는 것 같다.” (146쪽)
“어느 여름밤 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데 가까이서 여치가 울었다. 온 존재로 울어대는 아름다운 소리였다. …같이 밤을 새워주는 이가 있구나. 마음이 꽉 차올랐다. 생각해보니 이 집에선 언제나 나 혼자인 적이 없다. 너무나 많은 생명이 곁에 있다. 같이 있어주는 것만큼 고마운 게 있을까. 여치 소리를 듣는 내내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토록 최선을 다하는 울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다고 말이다.” (165쪽)
“이 집에서는 매일 무수한 생명들이 새로 오고 또 죽어간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죽음이란 길에 널린 돌만큼 흔하다. 가을이 오면 얼마 전까지 요란하게 울던 매미가 바삭하게 말라서 풀밭에 떨어져 있고, 싱싱하게 넝쿨을 뻗어가던 오이가 나날이 누렇게 말라가며 스러지는 모습도 본다. 초여름의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장미도 꽃잎을 떨구는 때가 온다. 무심하게 내딛는 발걸음에 여치가 깔려 죽기도 하고, 창틀에는 늘 말라죽은 노린재며 이름 모를 벌레들 사체가 굴러다닌다. 화장실에서 청아하게 울던 귀뚜라미가 어느 결에 쓰러져 있을 때도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물통에 빠져 죽고 만 병아리를 처음 본 날은 눈이 붓도록 울었지만 이젠 어떤 죽음을 마주해도 담담하게 묻어주게 되었다. 생명은 태어나고, 번성하고, 다시 생명을 남기고 죽어간다는 것을 이제 아이들도 안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는 것도.” (182쪽)
“눈보라 치는 밤, 친구들은 동네에서 만나 눈길도 걷고, 사진도 찍고, 눈싸움도 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텐데 얼마나 같이 있고 싶을까. 이럴 때 친구들과 한동네에 살았다면 ‘잠깐 애들 만나고 올게요. 모두 근처에 있대요’ 하며 달려 나갔겠지. 그래봐야 아파트 단지 어느 놀이터나 공터일 거고 모두 어디 사는지 아는 애들이라 나도 걱정 없이 ‘조금만 놀다 들어와’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233쪽)
“그런데 돌아보면 이 집에서 누린 특별한 행복은 모두 내가 나열한 불편함 때문에 가능했다. 경사진 언덕길이 있어 겨울마다 아이들과 눈썰매를 탔고 넓은 마당이 있어 매년 모닥불을 피워 사람들을 불렀다. 우리 식구가 쓰지 않는 이층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불러 재울 수 있었을까. 넓은 밭 덕분에 농사지은 감자며 고구마를 친정 부모님과 넉넉히 나눠 먹었고 그 밭에서 꿩과 고라니와 두꺼비와 온갖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일거리가 넘치는 집이라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청소년이 되도록 집안일을 같이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모인 우리와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갔다.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248쪽)
저자 소개
신순화
1971년 출생.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2005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며(누적 방문 400만 회), 현재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신문사가 만든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저서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 『해리 포터를 읽는 시간』이 있다. 십이 년 전 아파트를 떠나 마당 있는 시골집으로 와 남편과 세 아이,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열댓 마리 닭과 마당을 오가는 길냥이 여러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매일 한 가지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고, 매일 몇 문장이라도 새로운 글을 쓰며 사는 게 꿈이다.
https://blog.naver.com/don3123
목차
1 마당을 찾아라
마당 / 이사 / 추위 / 봄 / 통창 / 벽난로 / 모닥불
2 보는 것과 사는 것
위험일까 모험일까 / 보는 것과 사는 것 / 신고식 / 문도 담도 없는 집 / 쌈닭 /사람 / 전기 / 체력 / 농사 / 풀 / 친구들아 모여라 / 낭만이 우릴 구원할 거야
3 만남과 이별
첫물 / 달밤 / 소리, 그 소리 / 이름 짓기 / 학교 가는 길 / 같이 삽시다 / 뱀 / 새 / 죽음을 배우다 / 닭 이야기 / 노랑이와 물루 / 효동 할아버지
4 이곳에서 우리는
루미네 / 아들의 시간 / 편세권 / 열두 달 / 다시 집을 얻는다면 / 때가 되었다
에필로그
-모든 것에 안녕을
제목 | 집이라는 모험 |
부제 | |
저자 | 신순화 |
출판사 | 북하우스 |
발행일 | 2022. 11. 28 |
페이지 수 | 260쪽 |
사이즈 | 142*215 |
도서 형태 | 무선 |
ISBN | 979-11-6405-183-0 03810 |
분야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정가 | 15,000원 |
#에세이 #전원생활 #일상 #마당있는집 #아이키우기 #집이라는모험 #자연 #마당 #집 #계절 #동물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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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바꾸자 삶이 바뀐 가족의 모험 가득한 날들
나와 아이를 키우고 생의 기쁨을 일깨워준 자연 속의 삶
에세이스트 신순화의 좌충우돌 전원생활 12년의 기록
누적 방문 횟수 4백 만이 넘는 파워블로거이자 육아칼럼니스트 신순화의 신간 『집이라는 모험』이 출간되었다. 오랜 아파트 생활 동안 마당의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벽난로가 있는 붉은 벽돌집을 꿈꾸었던 저자가 운명처럼 그런 집을 만나 12년 동안 살며 마주한 애환을 담았다. 고달픈 현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곳에서 세 아이와 함께 개, 고양이, 닭을 키우며 밭농사도 짓고 모험처럼 살아가는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당, 나무와 풀과 꽃들, 바람과 햇빛, 고양이와 개, 수많은 새들과 벌레, 그리고 이웃과 함께한 가족의 이야기는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 속의 삶을 나누어주며 오늘 내가 사는 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원에서의 삶은 고단한 노동을 부르지만…
수백 가지 힘든 걸 감수할 만한, 자연의 값진 선물들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밤새도록 거실 난로를 때도 실내 기온이 오르는 둥 마는 둥 하는 추위 못지않게 수많은 벌레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저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난감한 일이다. 전원생활은 벌레와의 동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속이나 시골 벽지까지는 아니어도 앞뒤로 넓은 텃밭이 있고 산을 낀 저자의 집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날개미들에 깜짝 놀라거나 거미, 돈벌레를 만나는 게 일상이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540평 넘는 대지에 집 한 채를 제외하면 다 밭이다. 집주인과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땅에서 고구마며 감자, 콩이며 부추, 오이, 가지를 길러 먹겠다는 넘치는 의욕은 결국 끝도 없는 풀과의 싸움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뱀, 쥐를 대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낯선 마을에서 얼굴 모르는 사람과 이런저런 다툼은 으레 겪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변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고, 마을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스스럼없이 태우는 바람에 그때마다 따지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전철역 근처 아파트에서 이사해오는 바람에 회사까지 출근 거리가 멀어진 남편, 여러모로 편한 도시 생활에서 멀어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게 될 때 얻는 혜택이 불편함보다 더 컸다. 또 이 모든 어려움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던 생활이라는 커다란 성취감을 넘어설 수 없었다.
당장은 싫고 고달프지만 이런 불편함 속에서 저자는 크고 작은 깨달음을 하나둘 길어 올린다. 가물면 밭작물은 쉽게 시들어버리지만 누가 심고 가꾸지 않은 풀은 그런 때일수록 “독기를 모아가며 고개를” 들고 자란다. 아이들도 이런 생명력 강한 풀마냥 저마다 타고난 기질대로 자라나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벌레가 많은 것도 그만큼 집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벌레들이 살 수 있는 집이라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여기고 무엇보다 이런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해한다.
도심 아파트 생활은 인구 밀집의 정도로만 보면 늘 많은 사람이나 사건을 마주해야 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대개는 스쳐 지나갈 뿐 매일같이 벌어지는 무수한 사건도 나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저자는 교외의 주택 생활에서 친근하게 만나는 자연과 동물에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불러주며 작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운다.
주방에 가끔 나타나는 거미는 ‘아라고그’이고, 동네에서 만나는 개들은 수수, 감자, 오디, 땅콩, 앵두 같은 귀여운 이름이다. 집 근처 전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도 금이, 은이, 단이, 풍이 같은 이름을 얻는다. 이름을 붙여 늘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그 자연과 마음을 주는 친구가 된다는 의미다. 너무 많고 너무 일률적인 자연과 사물의 연속인 도심에서는 엄두조차 못 낼 일이기도 하다.
때로 서로 얼굴 붉히는 이웃도 있지만 효동 할아버지같이 자신을 알아봐 주고 아이들을 예뻐해 주면서 때로 자신이 도움을 줄 이웃이 있다는 것에 저자는 마음이 푸근해진다. 또 집에서 거둔 앵두며 달걀을 공동체 밴드를 통해 내다 팔고 손재주 있는 막내가 만든 액세서리를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파는 것은 도시에선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마당 있는 주택을 배경으로 한 따뜻하고 찬란한 기록
교외 생활을 예찬한다고 저자가 도심 아파트 생활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려 교육 문제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기에 망설임 없이 지금 집에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개를 키우는 마당 있는 집을 바랐던 아들과 달리 중학생인 딸은 “편세권”을 외치며 도심 생활을 동경하니 아이들과 저자의 생각이 똑같은 것도 아니다. 아이들 어릴 때 시골살이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는 정도다.
지금 사는 집 일대가 재개발로 크게 바뀔 모양이고 저자가 사는 집도 집주인이 매물로 내놔 오랜 시골 단독 주택 생활을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온 듯하다. 이제 저자는 다른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 지긋지긋한 풀과 싸우지 않기 위해 화단은 작게, 창고와 실내 수납장은 넉넉하게, 택배원들 고생 안 시키도록 평지에 있는 집이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오래된 집이 아니길 바란다.
◎ 책 속으로
“아이는 흙과 동물, 그리고 벌레를 사랑했다. 놀이터에서도 그네보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를 관찰하는 걸 더 좋아했다. 산책하는 개라도 만나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때마다 자기도 개를 키우고 싶다며 나를 올려다보곤 했다. 돌멩이와 풀꽃, 나무와 새, 강아지와 고양이. 아들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땅 위에 있었다. 방 두 칸짜리 주공 아파트 십이층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큰 욕심없이 지냈는데 다른 욕심이 자라기 시작했다. …땅으로 내려가고 싶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다 있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어느새 아이와 나는 종이에 살고 싶은 집을 그리며 꿈을 꾸고 있었다.” (11~12쪽)
“이 집에서는 나날이 모험이었다. 모든 날이 다른 색채와 느낌으로 다가와 놀랍고 뿌듯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힘들고 속상하고 마음 아픈 일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가슴 설레고 놀랍고 짜릿한 일들이 훨씬 더 많았다. 이 집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지 못하고 살았을 세상이 있었다. 모험이 넘치는 집에서 산다는 것, 눈을 뜨면 여전히 설레고 놀랍고 두근거리는 일이 기다린다는 것,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은 없다.” (56~57쪽)
“나는 자연 속에서 살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몸과 마음을 열심히 움직이며 살 수 있는 집이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이런 삶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뛰어들어서 내 이야기로 만들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우리의 이야기를 살아간다. 힘들어도 지루할 틈 없는 집에서 날마다 모험을 누리며 살고 있다.” (64쪽)
“농사라는 게 절기마다 심고 거둬야 할 작물이 달라서 한 가지가 끝나면 다른 것을 이어 심어야 한다. 그런데 우린 먼저 심은 것도 제대로 못 챙기다 보니 밭이 금세 엉망이 되었다. 풀은 무섭게 자라 작물을 다 가렸다. 날이 가물면 물 주기가 고역이고 장마가 길면 작물이 녹아버리거나 썩었다. 오이도, 가지도, 옥수수도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덜 여물거나 너무 자라서 먹을 수 없었다. 땅콩은 두더지가 파먹고 첫 옥수수는 까치들에게 바쳤다. 콩 싹은 고라니가 말끔히 뜯어 먹었다. 잎을 파먹고 새순을 뜯어 먹고 뿌리를 갉아 먹는 벌레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107~108쪽)
“비라도 오면 소리는 말할 수 없이 풍성해진다. 지붕과 차양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다르고, 빗물받이 통으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다르다. 마당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보도블록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다르고, 수련 항아리 위로 떨어지는 소리도 다르다. 가랑비 내릴 때 우산을 받치고 숲으로 가면 나뭇잎이 파들거리는 소리가 가득한데 그 속에 가만히 서 있으면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커다란 잎으로 빗방울을 받는 것 같다.” (146쪽)
“어느 여름밤 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데 가까이서 여치가 울었다. 온 존재로 울어대는 아름다운 소리였다. …같이 밤을 새워주는 이가 있구나. 마음이 꽉 차올랐다. 생각해보니 이 집에선 언제나 나 혼자인 적이 없다. 너무나 많은 생명이 곁에 있다. 같이 있어주는 것만큼 고마운 게 있을까. 여치 소리를 듣는 내내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토록 최선을 다하는 울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다고 말이다.” (165쪽)
“이 집에서는 매일 무수한 생명들이 새로 오고 또 죽어간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죽음이란 길에 널린 돌만큼 흔하다. 가을이 오면 얼마 전까지 요란하게 울던 매미가 바삭하게 말라서 풀밭에 떨어져 있고, 싱싱하게 넝쿨을 뻗어가던 오이가 나날이 누렇게 말라가며 스러지는 모습도 본다. 초여름의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장미도 꽃잎을 떨구는 때가 온다. 무심하게 내딛는 발걸음에 여치가 깔려 죽기도 하고, 창틀에는 늘 말라죽은 노린재며 이름 모를 벌레들 사체가 굴러다닌다. 화장실에서 청아하게 울던 귀뚜라미가 어느 결에 쓰러져 있을 때도 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물통에 빠져 죽고 만 병아리를 처음 본 날은 눈이 붓도록 울었지만 이젠 어떤 죽음을 마주해도 담담하게 묻어주게 되었다. 생명은 태어나고, 번성하고, 다시 생명을 남기고 죽어간다는 것을 이제 아이들도 안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는 것도.” (182쪽)
“눈보라 치는 밤, 친구들은 동네에서 만나 눈길도 걷고, 사진도 찍고, 눈싸움도 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텐데 얼마나 같이 있고 싶을까. 이럴 때 친구들과 한동네에 살았다면 ‘잠깐 애들 만나고 올게요. 모두 근처에 있대요’ 하며 달려 나갔겠지. 그래봐야 아파트 단지 어느 놀이터나 공터일 거고 모두 어디 사는지 아는 애들이라 나도 걱정 없이 ‘조금만 놀다 들어와’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233쪽)
“그런데 돌아보면 이 집에서 누린 특별한 행복은 모두 내가 나열한 불편함 때문에 가능했다. 경사진 언덕길이 있어 겨울마다 아이들과 눈썰매를 탔고 넓은 마당이 있어 매년 모닥불을 피워 사람들을 불렀다. 우리 식구가 쓰지 않는 이층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을 불러 재울 수 있었을까. 넓은 밭 덕분에 농사지은 감자며 고구마를 친정 부모님과 넉넉히 나눠 먹었고 그 밭에서 꿩과 고라니와 두꺼비와 온갖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일거리가 넘치는 집이라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청소년이 되도록 집안일을 같이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모인 우리와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갔다.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248쪽)
저자 소개
신순화
1971년 출생.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2005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며(누적 방문 400만 회), 현재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신문사가 만든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저서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 『해리 포터를 읽는 시간』이 있다. 십이 년 전 아파트를 떠나 마당 있는 시골집으로 와 남편과 세 아이,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열댓 마리 닭과 마당을 오가는 길냥이 여러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매일 한 가지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고, 매일 몇 문장이라도 새로운 글을 쓰며 사는 게 꿈이다.
https://blog.naver.com/don3123
목차
1 마당을 찾아라
마당 / 이사 / 추위 / 봄 / 통창 / 벽난로 / 모닥불
2 보는 것과 사는 것
위험일까 모험일까 / 보는 것과 사는 것 / 신고식 / 문도 담도 없는 집 / 쌈닭 /사람 / 전기 / 체력 / 농사 / 풀 / 친구들아 모여라 / 낭만이 우릴 구원할 거야
3 만남과 이별
첫물 / 달밤 / 소리, 그 소리 / 이름 짓기 / 학교 가는 길 / 같이 삽시다 / 뱀 / 새 / 죽음을 배우다 / 닭 이야기 / 노랑이와 물루 / 효동 할아버지
4 이곳에서 우리는
루미네 / 아들의 시간 / 편세권 / 열두 달 / 다시 집을 얻는다면 / 때가 되었다
에필로그
-모든 것에 안녕을